🎲 STORY 🎲
2019년 한파가 찾아온 겨울, 능화의 도시 곳곳이 화려한 조명으로 밤을 가득 메꾸었다.
영원히 죽음이 드리우지 않을 것만 같은 불빛과 소음,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와 차량들로 인해
찬 바람 사이에서도 여백을 매우듯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러나 소월곡의 겨울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능화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붉은빛의 조명과 희미한 가로등이 간간이 들어선 어두운 골목,
낡은 건물 사이로 저며든 음산한 공기와 갉작이는 소리만이 어렴풋이 들려오는 능화의 숨은 거리.
그곳엔 처음부터 손에 아무것도 쥐지 못했던 사람, 혹은 모든 걸 빼앗기고 벼랑 끝에 매달린 사람,
손대지 말아야 할 것에 손을 대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저지르는 사람 등
이른 바 '평범'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 숨어들어 연명하고 있었다.
하루살이처럼 언제 꺼질지 모르는 인생을 부여잡고 사는 이들에게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들려온 월야둔의 소문은 그 낡은 여관의 진실처럼 명확하면서도,
손에 잡히지 않을 듯 불확실했다.
월야둔의 숨겨진 지하,
그 아래에서 운영되는 도박장에 대해서는 모두가 쉬쉬하며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
후미진 건물에서 융통된다고 하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액수가 오고 간다는 달도 숨는 곳,
월야둔의 주인이 소월곡의 불특정 다수에게 제안을 걸었다.
소문의 형태를 띠고 있었으나 그것은 분명한 제안이었다.
2주간 모든 숙박과 칩을 제공하는 이른 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 했다.
그 누구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주어진 칩을 통해 게임에 참여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소득에 대해서는 일절 회수하지 않겠다고.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자선 사업이라도 진행하는가 싶을 만큼 누구나 혹할만한 이야기였지만,
도박장의 주인이 그리 호락호락할 리는 없었다.
그는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대신 참여자의 인생을 담보로 요구했다.
소득에 있어서는 빼앗지 않으나,
손실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배상액으로 인생을 빼앗겠다고 못을 박은 제안이었다.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이벤트, 그리고 그 사이에 진행되는 노예 경매.
소월곡의 거대한 주축이나 다름없는 범죄 조직, '금자회'의 간부였다던 월야둔의 주인이 내민 것은
호의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도박이었다.
도박에 성공하여 얻고자 했던 것을 손에 거머쥘지, 아니면 실패하여 인생의 모든 것을 빼앗길지.
그 모든 것이 당신의 손에 달린 일이다.